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좋은 집에 대한 정의는 처음부터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이 편리하게 생각하는 집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집일까?"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집을 구할 때(지을 때) 1. 얼마의 돈으로 2. 어떤 곳에 3. 어떤 크기를 구할지 (지을지) 먼저 생각한다. 삶의 반경과 가족의 성장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데,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에 한 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을 놓치게 된다. 바로 그 집에서 누구와 살면서 어떤 추억을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다. 오랜 시간 좋은 집의 조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지만, 좋은 집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현재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좋은 집에 대한 정의는 처음부터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이 편리하게 생각하는 집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집일까? 


사람은 모두 다르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대부분 비슷한 불만이 하나씩 있다. 건축주는 건축가가 마음대로 했다 말하고, 건축가는 건축주가 원하는 걸 이야기하지 않았다 말한다. 건축주는 그동안 살면서 느꼈던 불편을 우선 해결하길 원한다. 반면 건축가는 현실과 이상을 조율하는 전문가이기에 앞으로 당신이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를 묻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집의 이상향을 상상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집의 형태를 그리는 것조차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도구를 한 가지 개발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에 필요한 우선순위를 7개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집을 구성하는 요소를 100장의 카드로 정리해 3 단계로 구성한 ‘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라는 워크숍을 만들었다. 살고 싶은 집을 이야기하고, 그려보고, 만들어보게 하는 워크숍을 마치면 대부분 흐뭇해하며 만족한다. 가장 큰 이유는 ‘처음 해본 일’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이후 한 번도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본 기억이 없다. 또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삶의 스토리를 듣는다. 어느 하나도 같은 삶, 같은 집이 없다. 나를 다시 돌아보고, 남의 일상과 취향을 들으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면들을 되뇌게 된다. 워크숍을 경험하면 자신의 삶이 특별하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결국 우리는 ‘거실 방방방’이라는 아파트와 빌라에 산다. 비슷한 평면, 비슷한 집에 사는 우리의 삶이 단순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누군가는 잘 만들어 잘 쓰고 잘 파는 집을 원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가족과의 기억이 평생 유지될 수 있는 집을 원할 수도 있다. 좋은 집을 선택할 때 ‘사야 한다 vs. 사지 않아도 된다’의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팔아서 얼마가 나올지 모르는 미래를 담보로 불안하고 불편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면 분명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른 집과 다른 삶 

“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은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집이라는 형태적 물리적 공간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이라는 ‘지금의 기억’ 사이에서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를 상상하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언젠가 나타날지 모르는 이상형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미래는 언젠가 일어날 무엇이 아니라 오늘의 작은 순간들이 만드는 축적된 경험과 기억의 흔적이다. 세상 모든 것은 원하든 원치 않든 길들여지거나 길들이거나 둘 중 하나다. 나를 스스로 길들일 것인가, ‘너’에게 길들여지길 바랄 것인가. 몸의 습관을 바꾸는 것만큼 마음의 습관을 바꾸는 것도 어렵다. 돈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없으니 ‘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지 말고, ‘나는 집에서 무엇을 하고 싶을까’, ‘나는 집에서 무엇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를 매일매일 생각해보면 좋겠다. 거부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집’이 없어도 ‘삶’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기 때문에.



글. 이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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